히가시노 게이고 『사소한 변화』를 읽고

 뇌 이식 후 일어난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비극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망 소식 후 그의 책이 역주행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리고 그의 유작과 같은 「투명한 나선」이 베스트 셀러 상위권에 계속 랭크되어 있음을 각종 서점 홈페이지를 통해 알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나보내며 바로가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죽음을 추모하며 그의 작품을 읽고 싶어져서 도서관을 찾았다. 그리고 마주한 책이 바로「사소한 변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사소한 변화

줄거리

뇌이식 수술 후 시작된 '사소한 변화'

화가를 꿈꾸며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던 순박한 청년 '나루세 준이치'. 그는 부동산 회사에서 발생한 강도 사건에 어린 소녀를 구하려다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다. 

기적적으로 세계 최초의 '뇌 이식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나루세. 하지만 퇴원 후, 그의 일상에는 제목 그대로 '사소한 변화'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하던 음식이 역겨워지고, 온화했던 성격이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과 분노로 변하기 시작했다. 평생을 바쳤던 그림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연인대신 다른 여자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스스로도 이 변화를 느낀 나루세는 자신이 기증받은 뇌가 자신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뇌를 제공한 자가 누구인지 추적한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낸 충격적인 사실!! 

그는 이 충격적인 진실을 알고, 무너져가는 자아를 붙잡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핵심 감상 포인트

멈출 수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의 줄거리를 15분 만에 완성했다고 밝혔단다. 그만큼 전개 속도가 엄청나다. 나루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인격의 충돌과 통제할 수 없는 폭력성은 독자에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달리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내내 선사한다. 

"자유의지" VS "결정론"

철학의 영원한 주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두 주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삶은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 

나루세는 필사적으로 원래의 자신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뇌의 화학적, 물리학적 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뇌가 곧 나 자신인 것인가? 성격, 취미, 재능과 사랑까지 뇌의(지배)를 받는가? 

나루세는 그런 뇌가 자신을 지배하려고 할 때 자신의 의지로 저항하려고 발버둥 친다. 그리고 끝내 '자유의지'로 권총을 당겨 자신의 뇌를 쏜다. 책에서는 이 부분을 뇌가(의식)이 지배할 수 없는 "무의식"으로 넘어간다고 표현한다. 

무의식이냐 의식이냐  

인간은 의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이라는 더 거대한 영역이 있다. 의식이 언어로 이해된다면 무의식은 상징으로 이해가 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의식은 망가져 간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무의식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여기에 의식은 도달하지 못한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비로소 주인공은 자유로워진다. 

"당신은 뇌가 마음을 지배한다고 생각하시죠?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뇌가 지배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의식뿐입니다. 무의식까지 지배하지는 못해요."

나가는 말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를 나답게 하는가? 나는 뇌인가? 뇌가 곧 나인가? 인간은 결정되어 있는가?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가? 

이와 같이 오래된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속도감과 긴장감 속에 결코 가볍지 않는 질문이 답을 요청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 죽음은 의식을 떠나 무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세계다. 

지금까지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을 통해 발견한 무의식은 의식 저 밑바닥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을 어떻게 해서든 이해하고 끄집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죽음으로서 무의식 세계로 내 존재자체를 던져버린다. 거긴 의식이 따라오지 못한다고 본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죽음 이후의 무의식의 세계는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죽음을 신선하게 생각해 주는 탁월한 관점을 갖게 해줬다.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의 세계가 그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
사소한 변화 


히가시노 게이고 『미등록자』를 읽고 바로가기 
히가시노 게이고 『공허한 십자가』를 읽고 바로가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