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풍운아 료마가 간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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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카모토 료마, 출처: 나무위키 |
시바 료타료가 쓴 "료마가 간다"를 완독했다. 모두 8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며, 동서문화사에서 출판을 했다. 8권 모두 전자도서로(EPUB)로 구매를 했고, 이북리더기(E-book leader) 통해 읽었다. 나에겐 작은 규칙(?)같은 것이 있다. 소설은 전자도서로 구매하고 이북리더기로 읽는다. 그외의 책은 종이책으로 구매를 해서 읽는 편이다.
소설은 들고 다니면서 가볍게 읽기에 이북리더기가 딱 좋다. 무게감과 휴대성에서는 종이책을 압도한다.
그리고 심심하면 언제나 꺼내 읽을 수 있는 편리성은 최고다. 소설은 크게 각잡고 읽을 필요가 조금 덜하기 때문에 이 기기를 통해 읽는다.
하지만 소설 외에 다른 서적은 종이책으로 읽는다. 역시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책을 접고, 중요부분을 표시하며, 인덱스를 붙이는 데에는 종이책이 최고다. 종이책은 내가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 이북리더기 루나 |
아무튼 이북리더기로 장장 8권의 책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읽었다. 띄엄띄엄 읽어서 흐름을 놓치고 다시 앞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동 시간 나와 함께 해준 고마운 소설이다.
료가가 간다를 읽고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이름은 익히들었지만, 정작 읽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다. 긴 분량의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머뭇거려지는 책이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왜 이 책이 명저의 자리에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사카모토 료마 : 시대를 읽어내다
이 소설은 일본 근대화 '메이지유신'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주역, 사카모토 료마의 일대기를 다룬다.
막부 말기, 일본의 상황은 서구 열강의 위협과 부패한 정치, 내부 권력 투쟁으로 혼돈의 시기였다. 수많은 무사들이 '존왕양위(천황을 받들고 오랑캐를 물리친다)'를 외치며 칼을 갈고 있을 때, 료마만은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칼이 아닌 '무역'과 , '법', '협상'을 통해 나라를 서구와 같이 부강하게 만들어야 겠다는 꿈을 품는다.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동맹(삿초 동맹)을 이끌어내고, 피를 흘리지 않고 막부권력을 천황에게 돌려주는 '대정봉환'의 기틀을 마련한 그의 행보는 읽는 내내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는 하늘이 낸 사람같은 느낌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한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7가지 정도의 인생 전환점이 있다.
1. 도사번의 우물 안의 소년
료가마 태어난 도사번은 상급 무사와 하급 무사의 계급 차별이 일본 전체에서도 가장 가혹하던 곳이다. 료마는 이곳에서 하급무사로 태어나 성장한다. 이 체계 안에서 근본적인 회의감을 품게 되는데, 이것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2. 에도 검술 유학과 흑선의 목격
에도로 유학을 떠나 치바 도장에서 검술을 연마하던 중, 1853년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끄는 거대한 흑선이 일본을 위협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 여기서 료마의 사상에 균열이 조금씩 가기 시작한다. 일본을 넘는 다른 세계를 본 것이다. 일본은 칼이 최고라고 여기는 나라였다. 하지만 거대한 화포와 압도적인 배를 보며 충격을 받는다. "일본 밖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3. 죽음을 각오한 탈번(자유인)
1862년 료마는 도사 번의 허락 없이 떠나는 중죄인 탈번을 결정한다. 걸리면 사형이라는 엄청난 범죄다. 당시 소속된 번에 갇혀 있던 당시 무사들과 달리, 료마는 탈번을 함으로 이 굴레를 벗어던진다. 그리고 번을 뛰어 넘는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의 운명을 걱정하는 자유로운 '낭인'으로 스케일이 커진다.
4. 가쓰 가이슈와의 만남과 해군 조련소
막부의 개화파 관리이자 해군 전문가인 '가쓰 가이슈'를 암살하려고 찾아가나, 도리어 그의 넓은 세계관에 탐복하여 감화되고 그 자리에서 제자가 된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변한다. 자기를 암살하러 온 료마를 설득하는 가쓰 가이슈의 대범함에 놀라고, 이 자리에서 자신을 뜻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키는 료마의 솔직함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 막연하게 서양을 배척해야 하던 양이론자에서 서양의 기술을 배워 무역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뤄내야 하는 '실용주의자'로 거듭난다.
5. 가메야마 조합 설립
해군 조련소가 폐쇄되자, 나가사키에서 일본 최초의 상사인 '가메야마 조함'을 세운다. 무사들이 돈을 만지는 것을 천하게 여기던 시대에, 료마는 "경제력"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배를 조종하고 무기를 밀매하며, 상업적 이익을 내는 동시에 정치적 판을 움직이는 '비지니스맨이자 막후 실력자'로 성장한다.
6. 기적의 삿초 동맹 성사
1866년 결코 섞일 수 없었던 철천지 원수 '사쓰마번'과 '조슈번' 사이에서 무기 거래를 주앶하며 극적인 군사 동맹을 이끌어 낸다. 이 동맹이야 말로 막부를 타도하는 거대한 무력 기반의 완성이다. 이미 탈번하여 자유로운 몸이 된 료마 특유의 유연함과 이익의 교환이라는 중재로 료마 외교력의 능력을 보여준다.
7. 대정봉환
료마에게 내린 하늘의 명령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1867년, 새로운 민주주의 국가 체계의 밑그림을 바다 위 배 안에서 '선중팔책'을 작성하고, 이를 기초로 막부 스스로 천황에게 정권을 내놓게 하는 '대정봉환'을 기획한다. 무력으로 피를 흘리며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타혐과 평화로운 방식으로 권력을 이양시킨다. 새로운 국가를 디자인 하는 료마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한달 후 그는 암살당하여 그가 이루려고 한 나라를 결국 보지 못하고 하늘로 간다.
시바 료타로의 글쓰기
시바 료타로의 글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그의 역사 소설 글쓰기가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지루해질 수 있는 복잡한 정치사나 사상적 대립을, 작가 특유의 개입(이것을 시바 사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으로 유쾌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 낸다. 무게감과 산뜻함이 그의 글에 다 녹아 있다고 해야할까? 그의 다른 글들이 궁금해진다. '항우와 유방'이 유명하던데 도전해 봐야겠다.
느낀점
자기에 처한 운명을 과감히 돌파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정신이 너무 인상깊은 인물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오르는 거 같다.
"유연함"이야 말로 료마의 장점이다. 이념과 관념에 묶여 행동하기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실용"을 앞세운다. 과감히 옛것을 고치고 새롭게 나아간다. 어제의 적도 내일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을 수 있다. 체면보다 "목표"다.
료마를 보면서 신기하다고 느낀 점은 일이 만들어지고 일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마치 하늘이 돕고 있는 것처럼.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이루기 위함이다."
이 문장이 가슴에 새겨진다. 시대의 풍운아 같은 면모다. 거대한 역사 운운하기 전에 내 인생의 개척도 스스로 해나가자. 그러면 하늘은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도전하자. 실패해도 좋다. 거기서 또 배우고 한발자국 나간다. 내가 덮고 있는 누더기 같은 사고 방식도 많을 것이다. 과감히 벗어던지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늘은 그것을 이루라고 사람을 보냈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